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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취미생활

긴 꿈 같은 애틋한 내 삶,힘들지만 살았음에 감사한 내 삶, 눈이 부시게

by joli jeje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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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긴 꿈같은 애틋한 삶의 "눈이 부시게"의 내용 

JTBC사의 2019년 작품으로 12부작, 시청률 9.7%은 기록했는데 사실  이 드라마는 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오늘을 사세요. 눈이 부시게~~' 라며 드라마 대사를 읊었던 김혜자 씨의 수상소감으로 더 유명해졌다. 연륜 깊은 대 배우가 작은 쪽지 안에 빼곡하게 적어왔던 그 대사들이 너무 멋져서 정말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기본 내용은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로맨스이다. 특이하게 시간을 넘나드는 설정으로 만들어서 보면서 헷갈리기도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에게 시간임에도 잘 쓰지 못하고 빼앗겨 노인이 되어버린 25세의 억울한 여자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까운지 모르고 내던져 버리고 빠르게 늙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26세의 남자가 있다.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앞에서 자꾸 뭔가를 놓치고 괴로워하는 여자. 누구보다 빛나는 시간을 가졌음에도,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버리는 한 남자. 그 둘은 같은 시간 속에 살아가지만 각자가 너무 다른 ‘시간’을 지닌다. 그들을 보내는 시간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다시 그려보고자 한다.

그냥 오늘을 살아가세요 " 눈이 부시게" 등장인물

<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뿐? 인 무능력한 취준생  젊은 김혜자 역할을 한지민 > 성실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 긍정적이고 배려심 있게 성장했다는 자기소개서 첫 줄처럼,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25세 젊은이. 철없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밝고 명랑하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걸크러시한 면모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제 주제를 잘 파악한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그녀지만 단 한 가지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바로 또래보다 조금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노안’을 갖게 된 것은 아빠의 택시를 타고 가족들과 바다로 놀러 갔던 그날, 모래사장에서 우연히 ‘시계’를 줍게 되면서부터였다. 시곗바늘을 돌리면 시간을 되돌려주는 신비한 시계는 혜자를 ‘시간 능력자’로 만들어주었다. 혜자는 아침에 5분 더 자기 위해, 쪽지시험을 다시 보기 위해 시계를 돌렸고, 시계는 그만큼 혜자의 시간을 남들보다 빨리 흐르게 만들었다. 처음엔 선택받은 히어로인가 싶었지만, 제 주제를 잘 파악하는 게 장점인 만큼 스스로 그 정도는 아니다 싶어 고심하던 그때, 집에 놀러 온 오빠친구들의 “너네 동생 목소리 죽인다”라는 말에 꽂혀 ‘아나운서지망생’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졸업반이 되도록 마이크 한 번 제대로 못 잡아본 화석선배.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 대학교 방송국 아나운서가 된 것까지는 딱 좋았는데... 면접은커녕, 1차 서류부터 광탈! 아나운서는 목소리 하나 예쁜 걸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 예쁜 목소리도 같은 꿈을 꾸는 이들 사이에선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교방송국 연합 MT에서 만난 그 사람, 이준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입학하자마자 교내 방송국에 들어와 신입생 최초로 메인앵커자리에 앉은 것은 고사하고, 탈인간급 스펙에 준수한 외모, 세상 여자 대학살 수준의 꿀보이스까지 가졌다는 전설의 소유자. 여자애들은 모두 그 애에게 잘 보이려 틈만 나면 애정공세를 펼쳤지만, 혜자는 잘 알고 있었다. ‘완벽한 남자는 절대 나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세상에 ‘절대’라는 법칙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그 애와 부딪혔다. 포장마차에서 가락국수를 먹다 만나도, 동네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도, 준하를 만날 때면 꼭 시계를 사용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지런한 미소와 함께 날리는 팩트폭행에 마치 시간을 돌릴 때처럼, 혈압이 올라가고 주름살이 늘어날 것만 같았으니까. 늘 동네어귀에 앉아 둘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이상한 소리를 해댄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둘 다 홀딱 젖는 줄 모르네!’라고... 할아버지 말대로 가랑비에 젖었던 건지, 준하를 만나며 조금씩 촉촉한 기분이 들 때쯤... 혜자의 인생에 가랑비가 아닌, 강력한 허리케인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 기자지망생 이준하 역할은 남주혁 >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경주마 같았던, 모든 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린 남자. 언론인 스펙은 기본, 훤칠한 외모로 슈트발, 화면발까지 잘 받는 반인반신급에 신뢰감 뚝 뚝 묻어나는 언변과 취재할 땐 물불 안 가리는 강직한 성품으로, 졸업과 동시에 3사 언론사의 최종면접만 남은 예비 언론고시 3관왕. 금수저라는 소문과 달리, 실상은 중학교 때부터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알바가 없다. 알코올중독에 도박에까지 손을 댔던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가 일찍이 집을 나가면서 할머니 손에 자라왔다. 그래서일까, 그의 지인들은 말한다. 그에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그는 늘 다정히 대해주어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장 안쪽의 방충망만은 절대 열어주지 않는 사람이라나. 그런데 방충망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이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바로 혜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과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얼굴에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하고 싶은 말은 그때그때 솔직히 털어놓고, 뭣도 없으면서 당당한 태도까지. 마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N극이 S극을 끌어당기듯, 어쩐지 계속해서 끌린다. 험난한 기자 취업준비와 고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동네 어귀 포장마차에 들어설 때면 뜨끈한 가락국수국물 마시며 환하게 웃는 혜자가 있다. 단지 그뿐인데, 혜자 옆자리에 앉아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을 때면, 잊고 살던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혜자라면 방충망을 열고 마음을 내보여도 되지 않을까... 하던 즈음, 집나 갔던 아버지가 돌아왔고, 아버지의 괴롭힘이 새삼 시작되었다. 그리고... 혜자마저 사라졌다. 그 후, 준하는 180도 달라졌다. 삶은 무의미해졌고, 그저 살아있으니 사는 것이 되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싶은 찰나, 한 사람이 준하 앞에 나타난다. 혜자는 아닌데, 절대 혜자일 수 없는데, 혜자 같은 그 사람. 젊은 놈이 인생 그따위로 사는 거 아니라며 참견질을 해대는 이상한 할머니. 그런데 왜 자꾸 그 할머니와 혜자가 겹쳐 보이는 걸까?  < 혜자아빠, 딸바보 택시기사 아빠 역할은 안내상 > 모범운전자 표창을 2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성실의 아이콘이다. 기본요금만 내는 근거리 손님이든, 시외할증이 붙은 장거리손님이든 차별두지 않고 정성을 다해 모신다. 셈에 밝은 마누라는 그를 보며 답답해하지만, 사람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묵묵히 성실히 살다 보면 보상까진 아니더라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배신을 당했다. 순간의 택시 브레이크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설상가상, 25살 꽃다운 딸이 하루아침에 70대 노인이 되어 버렸다. 아나운서 최종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시간을 계속 돌리다 늙어 버렸다는 딸. 할머니가 되어버린 딸이 주름진 입술로 처음 내뱉은 말은 “아빠.. 택시 안 하면 안 돼?”였다. 그래서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바로 정리하고,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다. 한쪽 다리는 쓰지 못하게 되고, 밝은 아내도 한숨만 쉬어대니...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웃음이 사라진다.  25년째 미용실 겸 동네사랑방 운영 중인 혜자엄마는 이정은 > 이 동네에서 파마 마는 실력은 최고라 자부한다. 특히, 파마 오래 가게 하는 데는 세계 최고다. 뒷감당을 못할 정도로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이지만, 오히려 사람에게 벽치지 않는 솔직하고 화통한 화법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미용실은 항상 뻥튀기 한 봉지, 삶은 옥수수 한소쿠리씩 들고 수다 떨러 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손님들은 인형눈알 붙이기, 마늘 까기, 봉투 접기 같은 소일거리도 미용실에 가져와 하고, 끼니도 미용실에서 직접 해 먹는다. 그런데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정은의 얼굴에 웃음보다 한숨이 더 많이 나오게 되었으니... 어느 날 갑자기 자신보다 훌쩍 늙어버린 딸이 생겨버린 까닭이다. 하릴없이 미용실에 나와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쓸고 있는 나이 든 딸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다 못해 문드러진다.

내 삶의 간절함과 애절함 그리고 감사함이 묻어나는 "눈이 부시게" 나의 평

보는 내내 약간은 헷갈렸다. 젊은 혜자가 늙은 혜자의 꿈을 꾸는 건지 늙은 혜자가 젊은 혜자의 꿈을 꾸는 건지 아빠를 살리고자 하는 혜자의 간절함, 젊은 준하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은 혜자의 애절함, 자기 삶을 돌아보며 힘들었지만 애틋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혜자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먹먹했고 누구의 꿈인지가 더 궁금했다. 드라마 곳곳마다 주어진 삶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 삶을 또 살아내면서 힘겨워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했던 걸 알게 되면서 살았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살아낸 내가 더 애틋하다. 드라마에서 말해주는 우리에게 향한 위로의 혜자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그냥 내 삶이 애틋하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나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달콤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누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삶을 살아 본 사람에게만이 해줄 수 있는 우리를 향한 나올 위로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일 지도 모른다. 잠시마나 눈이 부시게를 통해 위로받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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